8월 말이면 대만에서의 6개월 중국어 연수가 끝난다. 2020년 페루 리마에서의 스페인어 연수, 2021년 툴루즈에서의 프랑스어 연수, 2022년 도쿄에서의 일본어 연수에 이은 총 4년 프로젝트의 마지막 해를 장식하는 어학연수이기 때문에 감회가 더욱 새롭다. 그간 각 나라에서의 어학연수 경험담을 위해 귀중한 지면을 할애해 주신 주간조선 편집진에 큰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적지 않은 나이에 4년간 4개국 어학연수라는 ‘미션 임파서블’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큰 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중국어 어학연수는 처음 계획으로는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臺北)는 명실공히 대만을 대표하는 대도시지만 면적은 271.80㎢로 서울(605.2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구도 2023년 상반기 추정 통계로 250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근교 도시들을 합친 수도권을 아우르면 900만명이 넘는 규모로 대만 전체 인구의 3분의1 이상이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그런 만큼 대만 사회의 여러 가지 특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필자의 눈에 들어온 타이베이만의 독특한 모습들을 소
아시안 플러시(Asian Flush)라는 용어가 있다. 동아시아, 즉 한국, 일본, 중국 사람들 상당수에서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원인은 이미 의학적으로 명료하게 밝혀져 있다. 동아시아 민족의 특정한 유전 형질에서 선천적으로 알코올 대사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다. 음주율 11.4%로 한국의 약 5분의1대만 어학연수기를 연재하면서 갑자기 아시안 플러시를 거론한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년간 페루(리마), 프랑스(툴루즈), 일본(도쿄)을 거쳐 대만(타이베이)에서 마지막 어학연수를 하면서 공부 성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정한 몇 가지 규칙이 있다. 그중 하나가 연수 기간에는 1박 이상의 주변 여행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느슨하기 쉬운 시니어 어학연수에서 마음을 팽팽하게 다잡자는 의미에서다.그러다 보니 주말에 여유가 생길 때는 자연스럽게 연수지 도시를 세밀하게 살펴볼 기회가 생겼다. 일반 관광객들은 잘 가지 않거나 놓치기 쉬운 이른바 숨은 명소들로, 그 가치에 있어서만은 대표 명소들에 못지않다. 독자분
세계 어느 국가건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그럴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나라의 식문화 특징과 묘하게 연결되는 독특하면서 흥미로운 먹거리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고기나 김치찌개 같은 음식들이 국가대표급이다. 반면 산낙지나 번데기처럼 외국 관광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먹거리들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미 소개한 대만 대표 음식들에 이어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대만 음식 12가지를 소개한다. 1_ 취두부(臭豆腐)중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만의 독특한 음식을 이야기할 때 취두부(臭豆腐·Stinky Tofu)를 빼놓을 수 없
지난 3월 말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대만을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한국인이었다고 한다. 대만 교통부 관광국의 통계를 인용한 이 보도는 지난 1월 대만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모두 25만4359명이었는데 이 중 한국인이 3만6536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인 2만7606명, 미국인 2만6720명 순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실제 필자가 타이베이 주변 관광지를 다녀보면 여기가 한국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린다. 어학당의 선생님과 학생들도 최근 한국 관광객들이 정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만을 찾는 모든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야시장 방문은 놓쳐서는 안 될 필수 관광 코스 중 하나다. 많은 야시장 중 한 곳이라도 들러야지, 그렇지 않다면 마치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보지 않고 오는 것과 같다. 세계적으로 야간에 보다 활성화되는 시장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대만처럼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먹거리 중심의 야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나라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만의 야시장은 한마디로 마법의 거리다. 낮에는 아예 인적이 없다시피 한 적막한 거리가 저녁이 되면 그야말로 없는 먹거리가 없을 정도로 식도락의 천국으
요즘 같은 온라인 만능시대에는 이론적으로 따져 굳이 외국에 가지 않더라도 고급 수준까지 외국어 공부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현지 어학연수는 온라인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현장감을 제공해 준다. 식도락도 바로 그런 현장 공부의 대표적인 예다. 식도락이라고 해서 현지 요리를 맛있게 즐기는 차원에 그친다면 공부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요리명을 익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주문 방법, 식당에서 접하는 현지 분위기, 나아가 요리 재료와 조리 방법, 요리의 역사, 그리고 요리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당 언어로 공부하고 배워 나가면 궁극적
리덩후이(李登輝·1923~2020)는 대만의 7·8·9대 총리를 역임한 유명 정치가로 대만 최초의 민선 총통이면서 최초의 본성인(本省人·대만 현지 출신) 총리였다. 일제 지배 시절 그와 그의 아버지 모두 창씨개명을 했다. 그는 일본 방문 때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싼 논란은 “중국과 한국이 억지로 만들어 낸 문제”라는 주장도 폈다. 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분쟁에서도 공개적으로 일본 편을 들기도 했다. 심지어 2015년의 한 인터뷰에서는 “70년 전에는 일본인으로서 조국(일본 제국)을 위
필자가 중국어 연수를 위해 대만으로 간다고 하자 가까운 몇몇 사람들이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서 궁금해 했다. “대만 중국어는 대륙의 중국어와 비슷한가요?” “대만은 사투리가 심하다던데 표준중국어를 배우는 데에 문제는 없나요?” “대만에서 쓰는 한자가 중국 대륙과 다르다던데 따로 공부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요?” “대만에서 공부해서 중국 대륙의 사람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중국어를 배우는 최종 목표가 중국 대륙에서 직장을 구하거나 학교 진학이라면 당연히 대륙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렇지
중국어 연수를 대만에서 하기로 결정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대만에 대한 관련 정보들을 검색하는 것이었다. 그중에서 역사 공부는 제1순위였다. 필자는 평생을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한 사람이지만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이미 의학사 관련 서적 한 권과 다른 분야의 역사서 한 권 등을 집필한 바 있다.그런데 대만의 역사를 공부하던 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역시 ‘2·28사건’이었다. 대만 역사상 최대의 비극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자료를 찾을 때마다 관심이 증폭되어 이 사건을 다룬 대표적 영화인 ‘비정성시’를 힘들게 찾아내 몇 번이고
지난 2019년, 33년간의 교수 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임을 하면서 그 이듬해부터 4년간에 걸친 스페인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어학연수에 나섰다. 목표도 단단히 세웠다. 그냥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어학연수에서 현지 어학원의 최고급 반까지 오르는 객관적인 증거를 보이고자 했다. 현재 세계적 외국어 능력 평가 기준으로는 2005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유럽위원회(Conseil de l’Europe) 언어정책 부서의 ‘유럽 공용 외국어 등급표’가 가장 유명하다. 이 등급표에 의하면 인정 급수가 초급인 A1부터
지난 3월 말 6개월간의 일본 어학연수를 위해 도쿄에 도착하니 벚꽃 철이었다. 벚꽃 명소의 하나인 숙소 근처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의 흐드러진 풍경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에 접어들고 있다. 경치가 바뀐 만큼 어학연수 일정도 불과 한 달을 남긴 시점이 되었다. 진학이나 취업 같은 가시적인 목표가 없는 가운데서도 치열하게 노력했다. 시니어 어학연수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싶었고,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결과를 보여주려고 애썼다. 결과적으로 계속된 시험을 통해 학원 내 최고 수준인 고급 4반에 진입하
일본 정부는 위드코로나 정책을 단계적으로 진행, 지난 6월 10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98개국을 대상으로 관광을 허용했다. 전격적인 결정으로 2년여 만의 관광 재개였다. 그런데 첫 한 달 성적은 꽤 충격적이었다. 이 기간 관광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1500명에 지나지 않았다. 필자도 그간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본 기억이 거의 없다. 관광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과 코로나19 음성증명서 등 수속 절차가 여전히 번거로울 뿐 아니라 단체 여행객만 허용하는 시스템의 문제였다. 구미 관광객뿐 아니라 한국도 개별 여행을 선호하기
6개월 예정으로 시작한 일본 어학연수도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끊임없는 시험을 치른 끝에 학원 내의 최고급반까지 진급했다. 재학생이 1000명을 훌쩍 넘고 10단계 이상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는 반편성에서 최고급 수준으로 인정받았으니 스스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더구나 학생들 중 40대 이상은 아예 없다. 20년 이상을 이곳 어학원에서 재직하고 있다는 한 교사는 공식적 기록은 없지만 어학원 역사상 최연장자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아마 앞으로도 이 기록이 깨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이런 성과는 그냥 이루어진 것이
대한민국 국민주 ‘소주’의 뿌리를 찾자면, 몽골제국의 전성기 때인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중국 원나라를 통해 중동지역의 증류법이 소개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안동소주’도 사실 고려 말 일본 원정을 목적으로 한 몽골군의 병참기지가 안동에 위치한 데서 그 유래가 시작됐다. 과거 대부분의 문화 전파 경로가 그러했듯이 소주의 제조법 역시 이렇게 한반도를 거친 뒤 자연스럽게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포로에 의해 전수됐다는 설도 유력하다. 물론 오키나와를 거쳐 남방으로부
몸짱으로 소문난 필자도 체력은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지만 어느덧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술에 대해 혈기방장한 객기를 부릴 수 없는 나이지만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은 여전하다. 다만 필자의 특징은 술에 대해 학문적으로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취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술을 통한 인생의 관조가 나름대로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생철학을 바탕으로 술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냈다. 그러니 일본 어학연수는 일본의 술과 음주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사케는 일본주가 아니다일본은 위스키와 맥주 등에서 세계
일본은 2013년 일본 고유의 요리 ‘와쇼쿠(和食)’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와쇼쿠는 일본의 자연재료를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조리한 일본 가정식을 이른다고 생각하면 맞다. 밥, 국, 절임음식, 반찬으로 구성되며 반찬은 3찬이 기본이다. 스시, 소바와 우동, 돈부리, 카레라이스 등도 모두 포함된다. 당시 유네스코는 와쇼쿠의 4가지 특징으로 ‘①다양하면서 신선한 재료 사용과 그 본연의 맛에 대한 존중 ②건강한 식생활을 뒷받침해 주는 영양 균형 ③자연의 아름다움과 계절의 변화에 대한 표현 ④정월 등 연중행사와의 밀접한 관련’ 등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 의과대학 교수로 지내면서 외국어는 관심도 없었다. 2003년 어느 봄날, 운명의 큰 전환점이 될 생각 하나가 나비처럼 마음 한곳에 내려앉았다. ‘이제 나이 오십이 되었는데 더 늦기 전에 제2 외국어를 하나 배워 볼까?’ 그렇게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것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 이어졌다. 4개 국어 공부는 정년퇴임 후 ‘4개국 어학연수’라는 도전을 낳았다. 그리고 결국 2020년 3월, 페루의 스페인어 어학연수로 첫발을 떼면서 대장정을 시작했다. 그 과정은 주간조선(2589호)에 자세히 소개됐
총 20주로 계획된 툴루즈에서의 프랑스어 연수를 무사히 마쳤다. 15년 전, 당시 53세의 나이로 처음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현지 어학연수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여러 가지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별 문제없이 100% 대면 수업으로 이루어졌다.그동안 중간 레벨인 B2 1반에서 시작해 바로 B2 2반으로 월반해서 6주, 그리고 최고 수준인 C1반으로 진급해 나머지 13주를 보냈다. 어학연수를 올 때 목표가 C1반 진입이었다. B2반까지는 문법 수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문법